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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Life/Book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by 타비몽 2012. 1. 9.



어느 일간지에 칼럼으로 실린 작가의 글을 묶어서 편집한 책이다.
영미고전문학을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엮어 소개하는 에세이형식으로 담담하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고전문학들이 생각나면 학창시절 읽었던 그때의 느낌을 되새겨보기도 한다. (비록 되새겨본 작품들이 몇개 안되었지만.. ^^;;)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이 읽어나가면서 그녀가 1급 신체장애인이었고, 암치료도 받은 적 있다는 사실에 그래도 문학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은 참 따뜻하고 여유롭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세상을 떠난 상태이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 밑줄긋기 ::
 
사랑하는 일은 남의 생명을 지켜 주는 일이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생명을 지키는 일이 기본 조건이다. 사는 게 힘들다고, 왜 날 못살게 구느냐고 그렇게 보란듯이 죽어 버리면,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사랑할 몫도 조금씩 앗아가는 것이다.
 
p. 68 ~ 69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묘비문은 언젠가 아버지가 쪽지에 적어 놓으셨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힌 어느 성공회 주교의 글이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무한한 상상력을 가졌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마지막 시도로,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 p. 103 ~ 104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내내 행복을 추구하지만, 막상 우리가 원하던 행복을 획득하면 그 행복을 느끼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이다. 일단 그 행복에 익숙해지면 그것은 더 이상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변덕꾸러기이고 절대적 행복, 영원한 행복이란 없는 듯 하다.
 
- p. 173 ~ 174
 
 
어차피 인생은 장애물 경기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작은 드라마의 연속이고, 장애물 하나 뛰어 넘고 이젠 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쉴 때면 생각지도 않았던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난다. 그 장애가 신체장애이든, 인간 관계 장애이든, 돈이 없는 장애인이든, 돈이 너무 많은 장애인이든(..중략)- 아무리 권력 있고 부를 누리는 사람이라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 왜 유독 신체장애에만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 p. 228
 
 
모든 삶의 과정은 영원하지 않다. 견딜 수 없는 슬픔, 고통, 기쁨, 영광과 오욕의 순간도 어차피 지나가게 마련이다. 모든 것이 희생하는 봄에 새삼 생명을 생각해 본다. 생명이 있는 한, 이 고달픈 굴곡의 삶 속에도 희망은 있다.
 
- 267
 
 
"애당초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써야 한다면 무조건 써라. 재미없고, 골치 아프고,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전혀 희망은 보이지 않고, 남들은 다 온다는 그 '영감'이라는 것이 오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기분이 좋든 나쁘든 책상에 가서 그 얼음같이 냉혹한 백지의 도전을 받아들여라
 
- "수필가 J.B. 프리스틀리"  p.305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 p.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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