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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Life/Book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by 타비몽 2012. 1. 13.
눈먼자들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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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는 영화를 먼저 접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갖는 충격적인 스토리가 조금은 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문장부호의 생략.
오히려 이러한 기법이 더 충격적이었다.^^;
누가 하는 말인지, 단순히 생각하는 문장인지 입으로 뱉는 말인지...
정말 엄청 집중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갑자기 눈이 멀게 되는 세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 먼 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거리낌이 없다.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없이 그저 생존하기 위한 본능과 볼 수 없다는 두려움만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 눈이 보인다. 그녀가 보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인가 짐승인가...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이 보이기 시작할 때 그녀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밑줄긋기 :::

 
왜 유리 눈을 안 끼우고 안대를 하고 계시는지 한 번도 여쭈어보지 못했군요. 내가 왜 그래야 하오. 말해 보시오.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이 되물었다. 그게 보기가 나으니까 보통 그렇게 하지요. 게다가 더 위생적이기도 하거든요. 틀니처럼 뺐다가 씻어서 다시  끼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선생,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떨지 생각해 봅시다. 만일 지금 눈이 먼 사람들 모두가 그들의 두 눈을 잃어버렸다고, 그러니까 진짜로 잃어버렸다고 해봅시다. 그들이 지금 유리 눈알 두 개를 끼고 돌아다니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맞습니다, 아무소용이 없겠군요. 우리 모두가 장님이 되고 말았는데, 어쨌든 지금 그렇게 되어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보기 좋은 것에 관심을 가지겠소. 그리고 위생 얘긴데, 이보시오. 의사 선생, 이런 곳에서 어떤 위생을 바란단 말이오.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p. 179 ~ 180

 

 두려움은 실명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그거야말로 진리로군, 그것보다 더 참된 말은 있을 수 없어, 우리는 눈이 머는 순간 이미 눈이 멀어 있었소, 두려움 때문에 눈이 먼 거지, 그리고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계속 눈이 멀어 있을 것이고. 지금 말하는 사람은 누굽니까, 의사가 물었다. 눈먼 사람이오, 어떤 목소리가 대답하더니 덧붙였다. 그냥 눈먼 사람, 여기에는 그런 사람밖에 없으니까. 그러자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이 물었다, 눈을 멀게 하는 데는 눈먼 사람이 몇 명이나 필요하오.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p. 184 ~ 185

 

 우리가 이루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거예요, 여자가 말을 이었다, 매일매일 연약한 삶을 보존해 가는 거예요, 삶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처럼 연약하니까, 어쩌면 진짜 그런 건지도 몰라요, 어쩌면 삶은 진짜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건지도 몰라요, 삶은 우리에게 지능을 준 뒤에 자신을 우리 손에 맡겨버렸어요, 그런데 지금 이것이 우리가 그 삶으로 이루어놓은 것이에요. 꼭 사모님도 눈이 먼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눈이 멀었지, 당신들의 먼 눈이 내 눈도 멀게 한 거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 나도 더 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안됐지만 당신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소환당해 무슨 일인지도 모를 일을 진술하기 위해 법정을 찾아가는 증인 같군, 의사가 말했다. 시간은 종말에 이르고 있어요, 부패는 널리 퍼지고, 병은 열린 문을 찾고, 물은 바닥이 나고, 음식은 독이 되고 있어요, 이것이 내 첫 번째 진술이 될 거예요, 의사의 아내가 말했다. 그럼 두 번째는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물었다. 우리 눈을 뜹시다. 못해, 우리는 눈이 멀었어, 의사가 말했다.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예요. 나는 보고 싶어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마음만 가지고 눈을 뜰 수는 없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아가씨는 이제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요, 자, 갑시다, 여기서는 더 볼 게 없군, 의사가 말했다.

p. 418 ~ 419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p.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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